[단독]올해도 매달 천 명 '교제폭력' 검거…입법 공백 언제까지?

[단독]올해도 매달 천 명 '교제폭력' 검거…입법 공백 언제까지?

상담소 0 486 2023.06.12 10:51

 

[단독]올해도 매달 천 명 '교제폭력' 검거…입법 공백 언제까지?

                                  

 

'교제폭력 검거 건수' 올해 4개월간 매달 1천 건씩
가장 많은 범죄 유형은 폭행·상해…2940건에 달해
21대 국회 교제 폭력 관련 법안 4건 발의됐지만, 발 묶여
교제폭력, 기존 가정폭력 처벌법에…다만 독소 조항 없애야


서울 금천구에서 지난달 26일 한 여성이 헤어진 연인에게 살해당했다. 피해자가 교제폭력(데이트폭력)을 신고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피해자가 신고를 빌미로 보복당하지 않도록 보호할 수사기관은 안일했고, 법과 제도는 부실했다.

참담한 범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만 해도 매달 천 명 가까이 '교제폭력'으로 경찰에 붙잡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제폭력 검거 건수'는 올해 1월 1132건, 2월 947건, 3월 1091건, 4월 1104건으로 나타났다. 올해만 4274건이다.

 
교제폭력 검거 건수는 2020년 8982건, 2021년 1만 554건, 지난해 1만 2841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올해 초부터 4월까지 살인 미수가 2건에 달했다. 가장 많은 범죄 유형은 폭행·상해로 2940건이었으며, 그 뒤를 체포·감금·협박(368건), 주거침입(255건), 성폭력(136건)이 이었다. 퇴거불응 등 기타 범죄도 573건이나 됐다.

 
지난해에는 교제폭력으로 2명이 살해당했고, 11명이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이어 폭행·상해가 9068건, 체포·감금·협박이 1154건, 주거침입이 764건, 성폭력이 274건 이었다.

교제 폭력 검거 건수보다 신고 접수가 훨씬 많았는데, 올해 들어 4월까지만 2만 413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2019년 5만 581건, 2020년 4만 9225건, 2021년 5만 7297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7만 790건으로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도 지난해처럼 신고 건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눈에 띄는 점은 112신고 접수 건수가 검거 건수에 비해 유독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접수된 7만 790건 신고에 비해 검거된 사례는 1만 2841건에 불과했다. 다만 경찰은 중복 오인 신고나 질의 상담, 단순 말다툼도 신고 건수 통계에 포함돼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라고 해명했다.

 
용 의원은 "교제폭력의 유형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폭행, 상해 행위는 여전히 단순 폭행죄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데이트폭력의 상습성과 연속성, 보복범죄 가능성을 감안할 때, 형법상 폭행죄와 별개로 교제폭력에 대한 제재 규정이 절실하다"라고 했다.

이어 "신고 대비 검거 건수가 매우 낮은 현실은 교제폭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수사기관의 태도를 반영한다"며 "데이트폭력 사후 추가 범죄 예방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수사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제폭력은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수사당국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천구 살인 사건의 경우만 봐도 가해 남성은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곧바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경찰은 '폭행이 경미했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단순 연인 간 다툼으로 봤다고 해명했다.

수사당국의 인식도 피해를 키우지만, 교제폭력을 제재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제도가 없는 입법 공백도 문제다. 21대 국회 들어선 교제 폭력 관련 법안이 4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한 채 법제사법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발이 묶여 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정폭력의 범위를 교제폭력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도 법을 새로 제정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 개정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교제 폭력과 가정폭력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연속선상에 있는 범죄"라며 "가정폭력 처벌법 대상을 교제 관계에 있는 자 또는 같은 집에 지금 함께 거주하는 자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다만 현재의 가정폭력 처벌법으로 가해자를 적절히 처벌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입법조사관은 "가정폭력 처벌법에는 처벌 불원과 상담 조건부 기소 유예라는 두 가지 독소 조항이 남아있다. 이 때문에 가정폭력 범죄도 잘 처벌이 되지 않고 있다"며 "교제 폭력을 가정폭력 처벌법에 넣되, 독소 조항을 없애고 교제 폭력이나 가정폭력은 더 엄격하게 처벌한다는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친밀한 사이에 발생한 폭행 등 범죄에 대해서도 가정폭력이나 스토킹처럼 피해자 보호조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선임연구위원은 "교제 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법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경찰과 검찰이 만들어놓은 내부규정, 훈령이나 지침 등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신변 조치 등의 보호 조치가 피해자의 권리라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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